기대 쉴 곳, 품 한편 내어주고 황인숙 작가 아프리카동물병…
2015.03.31

황인숙 작가의 1984년 시「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았을 만한 시이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고양이 시가 되었다. 이 외에도 그녀는 <해방촌 고양이>, <도둑괭이 공주>, <우다다, 삼냥이>를 통해 고양이를 향한 애정의 글을 전한다. 하지만 이날의 인터뷰는 작가로서의 황인숙이 아니라 캣맘으로서의 황인숙으로 진행되었다. 때로는 유쾌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묵직하게 만드는 캣맘이자 삼냥이의 엄마 황인숙 작가와 함께 비탈진 언덕길에서 도시락 배달을 나섰다.

글 안지은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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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활동은 꽤 오랫동안 하셨지요?
한 7년 됐나, 밤에만 길고양이 밥을 주다가 한 3년쯤 전부터는 낮에도 주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여기, 고양이 소리가 들려요. 이렇게 작은 도로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었네요.
여기가 얘 밥 먹는 곳이에요. 얘 아버지로 추정되는 노란 고양이가 있는데, 걔는 갑자기 이 동네에 나타난 걸로 봐서 유기당한 것 같아요. 며칠 길에서 잘 지내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디서 다른 고양이한테 호되게 당했는지 얼굴이 죄다 까져있더라고. 마음고생 몸 고생 얼마나 불쌍해요. 사람이 애들 길에 버리면 잘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노란 아이는 저희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응, 저 위쪽으로 올라가면 젖소랑 같이 밥 먹으러 올 거예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 

 

낯선 사람 눈치 보며 먹는 모습을 보니, 얼른 자리를 비켜줘야겠어요. 사실 근래에 들어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해도, 캣맘에게는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요?
7년의 세월이 얼마나 길었는지 몰라요. 이런저런 일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나는 이 생활을 하면서 한 10년은 늙은 것 같아요(웃음). 편하다고 생각할 만하면 누가 이사 오거나 또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심지어 저 윗골목에서는 손가락 길이만한 못을 나에게 쏘기도 했어요. 그때는 얼마나 화가 나고 괘씸하던지 한밤중인데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 뭐예요. 너무 고약하지 않아요? 정말 그 심술력은 말로 할 수도 없어요. 

 

정말 고약하네요. 그렇게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밥 주는 현장을 들키지 않는 것이 제일이고. 들켰을 때 적군이다 싶으면 그 자리는 주면 안 돼요. 옮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해요. 혹시나 약이라도 놓아서 아이들에게 피해라도 갈까봐, 고양이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그리고그 사람들은 평생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설득시키려는 것도 에너지 낭비고 오만이에요. 

입안이 다 씁쓸해지네요. 길고양이는 어떻게 돌봐주고자 하세요?
기본적으로 밥 주고 물만 주자는 것이 제가 돌보는 방법이에요. 그렇게 독하게 마음을 먹어도 얽히는 일이 있으니까. 어떨 때는 정말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캣맘에게 돌봄을 받았더라면, 좀 더 편한 삶을 살았을 텐데 하고 마음이 쓰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안 돼요. 안쓰러운 아이들마다 내가 다 맡아서 키울 여력이 없으니까, 나는 우리 샴냥이 책임져야죠.

 

<우다다, 삼냥이>의 주인공 란아, 명랑이, 보꼬 말이지요? 그 중에서도 란아와의 만남이 아주 특별했다고요.
전에 살던 집 뜰에서 밥을 주다가 란아 엄마를 알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에 바뀐 집주인이 구청에서 통 덫을 빌려다가 동네 고양이를 두 달 동안 다 잡아들이더라고요. 그때 우리 집에 드나들었던 란아 엄마 형제들이 싹 다 없어졌죠. 안 되겠다 싶어서 수소문 끝에 동물구조협회로 찾아갔고, 그곳에서 주소가 적혀 있던 철장 중 알아볼 수 있던 애가 란아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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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보호소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리겠어요.
그럼요, 내가 정말 지금과 같은 마음이었다면 그곳에 그렇게 두고 오진 않았을 텐데… 컴컴하고 축축한 그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애들 두 눈은 퉁퉁 부어있고… 차라리 길에서 자연스럽게 살다가 죽는 게 낫지. 정말 법으로 감사를 통해서 보호소 선정을 제대로 해야 해요. 우리 세금으로 관리하는 것인데, 관리를 소홀히 하며 방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요.


저도 동의해요. 게다가 요즘은 정부 주도하에 TNR을 실행하고 있는데,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더라고요. 혹시 이곳에도 TNR 관련한 문제들이 심심치 않은지요.
다른 지역에서 잡아서 TNR하고 난 후에 이곳에 방사하는 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술 칼자국만 내놓고 봉합하지 않은 채로 풀어 놓는 일도 있다잖아요. 너무 끔찍하잖아요? 똑같이 당해봐야 해요 정말. 그렇게 발견한 아이 데리고 병원을 가는 것도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은데 말이에요.


그렇기에 작가님께서는 지난 연말 후원 모임을 만들고자 하셨다고요.
15명 정도 모여서 길고양이 치료비를 위한 ‘고양이기금’을 만들었어요. 한 달에 약 만 원씩 자동입금으로 모으고 있고요. 한 가지 바람은 모인 금액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해요. 쓸 일이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아픈 아이가 있다는 말이거든요.


요즘 길고양이 후원에 대해서 참여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유행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되더라고요.
저는 그렇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10년 전에 고양이를 유행처럼 기르던 그때의 문제가 지금 발생하고 있는 것이지, 앞으로는 책임감이 확산한 상태에서 돌보기 때문에 괜찮을 거예요. 자기 삶에 대한 줏대가 있을 테니까.


혹시 돌보는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삼냥이들을 위한 걱정 혹은 다짐이 있으신지요.
내가 4년쯤 전에 죽을병인가 싶을 정도로 아팠을 때가 있었어요. 막상 아프고 보니 죽음에 대해서 무섭지는 않더라고. 그런데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우리 고양이들 어떡하지’였어요. 물려줄 재산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고양이와 함께라면 누구보다 건강해야해요. 혹시 몰라서 내가 아프면 맡아줄 만한 사람에게 부탁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누군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 나요(웃음).


작가님, 이 녀석도 밥을 기다렸나 봐요.
얘는 얼마나 사나웠는지 몰라, 요즘 좀 얌전해졌어요. 예쁘죠?

 

네, 눈도 땡그랗고요. 이 아이가 마지막 순번 인가요? 응, 덕분에 시간가는 줄 몰랐네(미소).


저희도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요?
내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마다 각자 형편에 맞게 고양이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 가난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기가 먹던 밥 같이 나눠 먹더라도 예쁘게 잘 길러주는 것처럼. 대신 꼭 중성화 수술은 해주고요.



위 내용은 월간 반려동물잡지 펫찌닷컴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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